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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디음악은 과연 한국음악시장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moonsix 2015. 8. 27. 00:06

<뮤지션유니온 창립 2주년 기념 공개 포럼 발제자료 0829 2015>

 

한국의 인디음악은 과연 한국 음악시장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1. 들어가며

2015년을 맞이하며 인디 20이라는 키워드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일반적으로 홍대 라이브 클럽의 대명사로 불리던 드럭에서 공연이 시작된 것이 1995년이었고, 이 시점을 한국 인디음악의 출발이라 보는 시각이 많기에 올해 들어 한국 인디음악의 20년을 기념하는 움직임들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90년대 중반 한국 인디음악의 탄생은 음악계에 있어 여러 가지 변화를 이끌어내게 되며,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스타 뮤지션들 또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음악시장에로의 진입이 용이해진 것이다. 90년대 중반 이전 한국 음악 시장에서 데뷔를 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것들이 무척 많았다. 요약하자면 확고한 프로페셔널리즘이라 칭할 수 있겠다. 가수, 뮤지션으로서 음악적 역량은 물론이거니와 음악 활동에 대한 분명한 전망 등을 제작자에게 인정받아야만 데뷔를 할 수 있었다. , 진입장벽이 무척 높은 시장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음악 시장에 실력여부와 상관없이 소규모 자본으로 음반을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니 한국 음악의 역사상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장 진입의 용이함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적 결과물을 배출해낼 수 있는 조건이었다. 따라서, 인디씬의 탄생과 성장은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한 얼굴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중요한 기반으로 이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역사적, 산업적 측면 모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매출을 기준으로 한 시장 점유율이 아닌 음악적 성과 측면에서의 시장 비중이라는 관점으로 인디음악을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음악적 결과물들이 인디씬에서 생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물들이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극소수에 머무른다. 영향을 주게 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주류미디어의 소비재로 기능하며 전체 씬의 성장을 견인하기 보다는 개별 뮤지션의 주류화만 가져올 뿐이었다.

다시 인디음악 20년으로 화제를 돌려보면 물리적 시간 개념으로서의 20년을 기념하는 몇가지 이벤트들과 보도들은 만날 수 있지만, 한국 인디 음악 20년에 대한 본격적 토론이나 역사적 의미 탐구 등은 만나기 어렵다. 한국 인디 음악의 지나온 역사와 현재성, 그리고 미래 지향성 등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음악산업에서의 위상과 비중에 대한 실제성은 어떠한지에 대한 광범위한 탐구와 논의는 부족한데, 그저 이벤트 개념같은 인디 20년만 존재하는 듯한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리가 인디 20년을 논함에 있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과연 한국 인디음악이 언더그라운드적, 대안적, 반문화적 혹은 하위문화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는가 혹은 지니게 되었는가 하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특히, 하층계급에 속하는 청년들의 주류문화에 대한 차별적 계급기반 문화라 할 수 있는 하위문화적 성격은 인디문화가 생성된 다른 국가들의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디문화 내 하나의 요소이다. 이는, 인디문화가 주류문화에 대한 대립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스스로의 운동성을 지니고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되며, 예술적, 산업적 가치를 획득하게 되는 요소로 간주되어 왔다. 한국 인디음악의 하위문화적 성격 규정과 관련하여 광범위하고 전문적인 관찰 조사 연구가 진행된 바는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인디음악의 대표적인 뮤지션들의 면면을 고려하였을 때 한국 인디음악이 하위문화적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희박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 인디음악에 대한 선행 연구 자료들에서 기술하고 있듯이 한국의 인디음악은 하위문화적 성격보다는 계급의 중심성을 갖고 있지 않은 취향 공동체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성격이 20152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 인디음악이 가진 한계성의 주요 원인이라 생각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한국 인디음악의 성격에 주목하여 한국 인디음악이 21세기 한국 음악시장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2. 인디음악을 관통하는 세 가지 문화이론적 개념, ‘언더그라운드, 얼터너티브, 반 문화

인디라는 개념은 보통 독립이라는 개념과 연결된다. 인디_Indie‘Independent’의 준말로써, 대자본으로부터의 독립,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21세기 이후 음악산업의 변화 양상은 인디음악이라는 개념의 모호성을 더욱 배가시켰다. 김민규는 2001년의 본인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인디라는 개념의 모호성을 보완해주는 세 가지 개념을 제시하였고 이 글에서는 그 개념들을 인용하여 인디라는 개념과의 관계성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 개념들에서 인디와의 대립개념은 메인스트림이라 할 수 있으며, 각각 메인스트림과의 권력관계 속 언더그라운드’, ‘메인스트림의 대안’, ‘메인스트림에 대한 반문화로 요약할 수 있다.

 

(1) 언더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는 단어 그대로 지하를 의미한다. 인디라는 개념이 통용되기 이전 7-80년대 한국 음악산업에서 언더그라운드는 이후 시대의 인디와 유사한 표면적 의미를 지니기도 했었으나, 실은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Under-Broadcasting'에 가까운 개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민규의 논문에 따르면, 언더그라운드는 특정 주체들과 관련된 배타적 성격의 하위문화, 지하문화로서, 다수 대중들이 주체가 되거나 대상이 되지 않는 특정 주체들의 문화를 뜻한다. 지하문화라는 성격은 숨겨지거나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진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문화라는 의미이며, 여기서 드러나지 않음은 비어 있다기 보다는 권력관계로부터 전략적으로 비켜나 있음을 뜻한다. ,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적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매스미디어로부터 능동적으로 비켜난 성격의 문화이며, 배제당함이 아니라 스스로 전략적 배제를 선택한 문화라 할 수 있다.

경제 권력 관계성 측면에서 언더그라운드는 기본적으로 생산성과는 거리가 먼 개념으로, 언더그라운드가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와 생산성을 획득하게 되는 계기는 메인스트림으로부터 언더그라운드의 특정행태에 대해 생산성을 인정받거나,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메인스트림의 우월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대립항으로써 기능하게 하기 위한 경우이다. , 메인스트림에게 언더그라운드는 메인스트림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소비할 수 있는 자원으로 규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언더그라운드는 메인스트림과 끊임없는 권력적 긴장관계 속에 놓여 있을 수 밖에 없다 하겠다.

오버그라운드가 강도의 문화라고 한다면 언더그라운드는 밀도의 문화이다... 매스미디어의 문화는 현대사회에서 카리스마적 합리성의 전형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매스미디어의 카리스마는 이성을 뒤로 한 채 감성의 단일성을 강조한다. 이는 곧 사회구성원들을 비이성적이면서 비감성적인 단일한 집단적 주체로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반면에 언더그라운드의 문화는 개인과 개인의 근거리에 위치한 사회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이는 카리스마가 아닌 공유된 취향을 그 핵심으로 한다. 이는 특정한 권력을 중심으로한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취향들의 공존을 그 형태로 갖으며 개인의 주체성에 대한 전착의 성격을 갖는다......상업적인 대중문화는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권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소위 고급문화는 계급적 위세를 표면으로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민중문화는 반대적 의미로서의 계급적 권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계급적 권력과 위세에 빗겨서 있는 문화적 현상들을 언더그라운드의 범주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겠다.”

(2) 얼터너티브

대안_Alternative'1960년대 이래 대중음악 범주에서 덜 상업적, 주류적이고, 더 진정성 있고, 비타협적인 대중음악에 광범위하게 사용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겐 90년대 커트코베인의 너바나를 필두로 한 시애틀 그런지 밴드들 중심의 PunkMetal, Roots Rock 등의 영향을 받은 Alternative Rock으로 대변되었던 개념으로 기억된다. 여기서 얼터너티브는 대중문화산업의 상업화와 상품화로 인한 문화적 행위로부터 벗어나는 대안적 음악이라 할 수 있으며, 문화를 통한 이윤확대라는 수단 합리적 행위에 대해 문화 그 자체에 대한 고유한 의미를 확보하려는 대안이란 특정한 가치 합리적 행위이다. 그리고, 얼터너티브는 특정한 시공간적 범위에서 부상하는 대안적 문화이기에 해당 시기에서 대안적 역할을 행하는 문화라 할 수 있다.

문화산업의 측면에서 얼터너티브는 곧 새로운 시장을 의미하게 된다. 즉 포디즘의 소품종 대량소비의 팽창의 한계를 넘어 포스트포디즘의 다품종 소량 생산의 새로운 수요시장을 형성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얼터너티브, 대안그 자체가 생산성의 가치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 얼터너티브는 상업적 성공과 함께 주류에 편입하게 된다.”

얼터너티브는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세가지 개념 중 가장 폭넓은 관계망을 갖고 있는 개념으로, 특정 장르를 지칭하기보다는 반성적 문화실천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므로, 얼터너티브는 언더그라운드, 반문화와 모두 연결된 유동적 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

(3) -문화(Counter-Culture)

김민규의 논문 내용에 따른 반문화에 대한 개념 설명은 아래와 같다.

반문화는 지배적 집단의 규범과 가치에 대한 날카로운 반대, 사회들간의 갈등이 아니라 한 사회 내의 규범적, 가치적 갈등이며(Yinger), 지배적인 가치에 대한 직접적 반대, 권력구조에 대한 반대, 그리고 그런 가치들로 확대된 유형화된 교환에 대한 반대의 반항(protest)이다....반문화는 기존의 권력구조가 생산하는 지배 권력의 가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와 그 이데올로기가 유포되고 사회적 행위자들을 포섭하는 시스템을 포괄하는 환경에 대한 반항적 행위를 특징으로 하는 문화라 하겠다.”

인용한 논문에 따르면 반문화는 강한 외적 지향에 따른 행동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지배적 위치에 속하지 못한 존재들의 문화적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방식이자 태도라 할 수 있다.

기존 사회의 도덕이나 관습과 갈등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이러한 반문화의 행동주의로 인해 기존의 질서속에서 종종 반문화를 일탈적 행동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이것은 지배적 권력을 획득하지 못한 또는 지배적 위치에 있지 못한 사회적 행위자들의 문화적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며 태도이다. 다시 말해 반문화적 행위자들이 사회구조내의 위치와 사회적 관계속에서 대상화된 자신의 실존을 확인하고 표출하는 행동이다.....얼터너티브 문화의 루트route)가 보다 익숙한 길을 따라가는 목적지로 인도하는 주류적 문화와 차이가 나는 길이라면 반문화는 대립적 방향속에서 상이한 목적지를 인도하는 길이다.(Yinger)”

결론적으로 반문화는 언더그라운드, 얼터너티브, 반문화, 이 세가지 개념 중 가장 주류와 대립적인 행동주의를 표출하는 문화라 할 수 있겠다.

(4) 인디와 언더그라운드, 얼터너티브, 반문화와의 상관 관계

기존의 인디라는 개념은 산업적 의미가 더 강했던 게 사실이다. , 대중문화산업 구조로부터 이탈되어 온 개념으로 메인스트림이라는 지배적 권력과 떨어져 있다는 측면에서 세가지 개념과 유사한 측면이 존재한다. 다만, 인디라는 개념은 이 세 가지 개념과 때로는 공간적으로(주변부 문화), 때로는 시간적으로(세대별 문화) 연결되어 유사성을 획득하거나 혹은 차이점을 갖게 된다. 그리고, 각각 정체성을 갖게 되는 핵심적 요소들을 내면화하고 있는 이 세가지의 개념과 달리 인디는 늘 상반된 시공간적 영역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인디문화는 지상과 지하의 경계, 즉 언더와 오버의 경계에, 대안과 전통의 경계에, 대항함과 대항됨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인디문화와 다른 세가지 용어들과의 의미망 접속의 현재적 양태는 인디문화는 언더그라운드의 특정한 형태이며, 얼터너티브의 현재화이고, 반문화의 잠재성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언더그라운드의 특정한 형태라 함은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근본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부상중인 문화적 형태를 의미하며, 얼터너티브의 현재화라 함은 현재 인디문화의 이념과 활동 방식이 기존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관행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대안적 의미와 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문화의 잠재성이라 함은 인디문화가 대립적 행동주의의 표출은 아니지만 기존 문화적 구조에 대해 일정 정도의 가시적인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인디음악에 대한 산업적 개념

일반적으로 Indie LabelMajor Label의 자본 혹은 영향권과 상관없이 활동하는 레이블을 일컫는다. 전통적인 산업 개념에서 MajorIndie의 차이는 자체적인 유통 채널을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이나, 현재 음반 시장에서 음원 시장으로 이동이 일어난 상황에서 유통 채널 소유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영국의 인디음악 관련 종사자들의 단체인 ‘Association of Independent Music(AIM)'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음반 내지 뮤직비디오의 시장 점유율이 5% 이상 초과하면 메이저로 간주하며, 3대 메이저 레이블(워너, 유니버설(2012EMI를 인수), 소니)5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면 메이저 레이블의 지배하에 있다고 간주한다고 한다.

한국적 상황에서 SM, YG, JYP, FnC, 스타제국, 로엔 엔터테인먼트, 울림 엔터테인먼트, 큐브 엔터테인먼트 등의 메이저 기획사 외 소규모 기획사들은 거의 인디로 통칭된다. 인디 레이블 중에서도 규모의 차이에 따라 분류가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LIAK(한국 음악레이블 산업협회)과 서교음악자치회, 독립음악제작자협회 등의 관련 단체들이 존재한다.

 

3. 2000년대 이후 인디음악씬의 변화 양상

90년대 중반에 시작된 한국 인디음악은 2000년대 들어 이전 시기와는 다른 양상을 띄게 되며, 보다 더 다양한 뮤지션들과 음악들이 발표되면서 새로운 시대의 인디음악스타들이 탄생된다. 하지만, 씬에 유입되는 뮤지션들과 생산물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인디음악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이 이루어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에 더해, 2010년 이후 홍대 지역에서 시작된 과도한 임대료 상승으로 대변되는 급격한 젠트리피케이션현상은 한국 인디 음악씬의 지역적, 장소적 기반을 날로 약화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아래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인디음악의 변화 양상을 요약한 내용이다.

 

(1) 홈레코딩의 일반화로 인한 제작비의 감소를 가져오게 되고, 뮤지션들이 자가 레이블을 설립하여 직접 제작하는 경향이 시작되었다.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가 본인의 솔로 프로젝트인 스위트피의 앨범을 본인의 자가 레이블인 문라이즈를 통해 발매한 것이 시작이었으며, PC환경의 발전은 홈레코딩과 스튜디오 레코딩 간의 차이점을 상쇄시키는 상황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다시금 인디음악의 음원, 음반의 발표 숫자 증가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2) 90년대 인디음악의 초창기 주류를 구성하고 있던 Punk, Rock위주의 장르들을 벗어나 보다 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인디음악씬을 구성하게 된 것도 2000년대 이후의 변화이다. 2000년대 초반 실용음악과 졸업생들이 배출되기 시작하면서 흑인 음악(Soul, Funk, R&B)붐이 일어났으며, 이전 시기 인디음악과 다른 경쾌한 Pop 스타일의 음악들도 많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또한, 2000년대 중반 이후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약진도 주목할만한 변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라 칭할 수 있을만큼 다양한 스타일의 인디음악들이 발표되고 있다.

(3) 2000년대 이후 이전 시기와는 다른 경로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는 인디 뮤지션들이 배출되기 시작하는데, 그들이 바로 장기하와 얼굴들, 10cm, 국카스텐 등이라 할 수 있겠다. 세 팀이 갖고 있는 음악적 차이점만큼이나 성공을 거두게 되는 경로가 상이하지만, 미디어의 수혜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사실, 2006년 영화 라디오스타에 출연하여 넌 내게 반했어를 히트시킨 노브레인의 사례에서부터 비슷한 경로가 시작되었다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미디어를 통한 성공 사례는 이후 인디씬의 주류 미디어 의존성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닌가 한다.

(4) 한국 인디음악의 지역적 배경은 다들 인지하다시피 홍대 주변 지역이라 할 수 있다. 홍대 미대를 중심으로 한 문화적인 지역 특성과 이전 시기 경제 발전의 풍요로움의 결과물을 누리게 되고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적이고 탈 권위주의적인 지향점을 갖고 있었던 세대들을 중심으로 한 90년대 중반의 시대적 상황이 맞물리며 홍대앞이라는 지역이 자생성과 대안적 에너지를 가진 독립문화의 중심 지역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2002년 월드컵 이후 하고 한 지역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홍대 주변은 대자본의 침투가 시작되면서 고유의 독특한 취향 중심의 문화 공간들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2010년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2015년 현재 인디음악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라이브 공간들의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홍대 이외 지역의 로컬 씬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못한 한국의 상황에서 전체 인디 음악씬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4. 2000년대 한국 인디음악의 몇 가지 키워드

앞에서 우리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인디음악의 몇 가지 변화 양상의 특징들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변화를 특정할 수 있는 몇가지 키워드로 한국 인디음악 변화의 성격들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볼까 한다.

(1) 카우치 사태

그야말로 충격적 사건이었다. 메인스트림 가수들이 주로 출연하는 주말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담당 피디의 의지로 만들어진 인디 뮤지션들의 고정 출연 코너의 첫방송에서 발생한 돌발 사태였다. 2005730, 문화방송의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밴드 럭스와 함께 무대에 올랐던 20여명의 펑크인들 중 카우치 멤버 2명이 바지를 벗고 하반신을 드러낸 장면이 2~3초간 방송된 사건이다. 이로 인해 신설된 이 노래 좋은가요코너는 바로 폐지되었고, 카우치 멤버들은 경찰에 체포되고 나머지 출연팀들도 함께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이후, 홍대 인디음악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악화되었고, 인디씬 내부에서도 카우치 멤버들을 포함한 펑크 밴드 멤버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지상파 방송에서 성기노출이라는 금기시되어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앞서 살펴본 세가지 문화적 맥락 중 반문화적 행동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당시 전후 상황들을 살펴보면 행위 당사자들이 스스로 반문화적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행동했다기보다는 단순 돌발 해프닝에 가까웠다. 그 결과, 한국사회의 문화적 담론 수준을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었던 사건은, 보수언론의 일방적 여론 몰이와 주변부, 비주류 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몰이해 등이 합쳐져 그저 몇몇 정신 나간 사회 부적응자들의 무의미한 일탈적 행동으로 단순, 표피적으로 귀결되어 버렸던 것이 사실이다.

(2) 장기하와 얼굴들의 성공

2008싸구려 커피라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스타일의 곡을 들고 나와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는, 촌스러워 보이지만 위악적이지 않은 달이 타오른다의 안무를 담은 UCC로 대중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되었던 장기하와 얼굴들. 그들은 분명 90년대 한국 인디음악씬의 전통적 스타들과 차이점을 만들어내며 현재는 한국 인디씬의 대표적 스타 뮤지션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가내 수공업 방식이라는 음반 제작 아이디어와 인터넷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마케팅은 장기하와 소속 레이블인 붕가붕가레코드의 영리함을 잘 드러내는 요소들이었다. 또한, 음악적으로도 키치, 복고 스타일과 풍자적 가사들을 접목하여 음악을 듣는 대중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지점들을 정확하게 배치해놓은 점 또한 90년대 인디씬 스타들과 분명한 대비를 이루는 요소라 할 수 있겠다.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로 대표되는 대안적 레이블 운영 방식이 새롭게 부상되기도 했는데, 장얼과 붕가붕가레코드는 스스로에 대한 모호한 규정을 통해 호감도를 상승시키는 동시대적 영업 전략을 구사했다고 할 수 있다. , 인디음악씬 생성 초기를 지배하던 탈주의 미학이 아닌 탈색의 미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장본인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하와 붕가붕가레코드의 구성원들의 면면과 활동 양상들은 우리가 앞에서 언급한 하위문화적 성격과는 확실히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성공 이후 십센치, 국카스텐 등 확실히 인디음악 1세대들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뮤지션들이 다른 방식의 성공을 이뤄내게 된다.

(3)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07년에 시작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매년 10월에 개최)은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마스터플랜의 이종현 대표가 기획한 도심형 음악 페스티벌이다. 현재 한국 음악시장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한 유일한 페스티벌로 평가받고 있으며, 아이디어와 틈새시장을 노린 마케팅을 바탕으로 성공을 거둔 페스티벌이라 할 수 있다. 이 페스티벌의 주요 타겟 소비자층은 2,30대 여성들이며, 그들이 선호하는 부드럽고 감성적인 음악 장르들을 적극적으로 배치하여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특화된 장르를 발굴하는 듯한 양상을 띠기도 한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성공을 발판으로 이 축제의 봄 버전인 뷰티풀 민트 라이프가 매년 5월에 열리고 있으며, 민트페이퍼 어워즈도 열리고 있다. 이 페스티벌이 가진 확실한 흥행요소와 분명한 타겟 설정 등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장르편중성은 계속 문제될 소지가 있으며, 한국 음악시장이 가진 여성 취향 편중성 심화의 주역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한계에 대한 극복 여부가 향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해줄 것이다.

(4) 51+, 자립음악생산조합

2009년 겨울, 홍대앞 칼국수집 두리반의 철거 반대 투쟁이 시작되었고, 두리반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음악가들이 모여든 것을 시발점으로 하여 새로운 인디씬들의 주체 형성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그들의 연대 활동은 2010년 봄 51+ 페스티벌 개최로 이어졌고, 531일간의 투쟁은 결국 2011년의 승리로 결말지어졌다. 두리반 투쟁에 연대한 음악가들 중심으로 인디, 독립의 가치를 넘어서는 자립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음악가 생활협동조합을 표방하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이 만들어졌고,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 말부터 2011년 여름에 이르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의 두리반 투쟁 연대 활동은 새로운 양상의 철거투쟁 운동과 인디음악씬의 새로운 주체 와 활동의 양상이 형성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거대 자본의 침투에 대한 공동의 대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연대와 운동 양식을 실현함으로써, 사회운동과 음악씬 전반에 대안적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앞서 언급한 언더그라운드의 특정한 형태, 얼터너티브의 현재화, 반문화의 잠재성에 해당하는 인디음악의 현재적 양태에 가장 가까운 음악가 집단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이다.

 

5. 한국 인디음악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20년의 역사를 가지게 된 한국 인디음악은 과연 한국 음악시장의 대안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물음에 사실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혹은, 꼭 인디음악이 시장의 대안 역할을 담보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념의 명확성 또는 모호성을 떠나 인디음악은 메인스트림의 대립항으로 그 존재가치가 증명되는 숙명을 갖고 있다. 대립항이라는 것은 결국 대안의 성격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기에 대안성 확보에 대한 이의 제기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이 장에서는 현재 한국 인디음악의 상황에 기반한 주관적 전망을 제시할까 한다.

최근 한국 음악시장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음원시장으로의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수익분배의 문제이다. 수익 분배의 공정성을 떠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음원 판매로 인한 전체적 수익이 감소했다는 사실이며, 이러한 시장의 변화가 한국에선 너무나도 급속히 진행되어 버린 역사가 존재한다. 그 결과 한국 인디음악은 인디씬의 성숙이 이뤄지기도 전에 벌어진 급속한 음악시장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정체성의 혼돈을 겪게 되었고, 생산-소비-재생산으로 이어지는 자체 순환시스템 구축에 여전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인디'라는 정체성을 갖고 활동하는 주체들이 단순히 생산하는 음악의 변별력만이 아닌 메인스트림과 차별되는 활동 방식과 지향점에 대한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체 시장을 보유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대안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보유할 수 있는 가능성과 직결된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고 인디라는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문화적 지향점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메인스트림과의 강한 대립성을 지니는 반문화적 가치를 지니기 위해 노력하고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가, 즉 인디 씬 구성원들이 반문화적 행동주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반문화적 행동주의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하위문화적인 인디음악의 정체성이 획득되어진다면 그 자체로 저항성을 담보한 대안가능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인디 음악의 가치라는 건 주류시스템과의 충돌을 통해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무도가요제를 위시한 인디 음악을 소비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폐해는 주류 음악시장에서도 시스템과 개인간의 갈등관계 및 저항과 길들이기의 대립이 있어왔던 역사를 전복시키고, 개인이 중심에 서야할 인디음악마저도 시스템에 복속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디 음악이 시스템과 충돌하는 저항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생활음악으로 자리잡는 것이 중요하다. , 음악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음악적 역량은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개성과 가치관 등을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할 수 있는 인디 음악씬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리 사회의 보편적 노동 환경이 개선되고 최저 임금 수준이 제고되어야 하며, 공교육 시스템 안의 보편적 문화 예술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문화예술을 삶의 일부분으로 포용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인디음악은 대부분 전업뮤지션을 지향하며 시장에 진입한 이들이며 비용도 그만큼 이미 지불한 상태에서 인디 씬으로 진입하는 현실이다(실용음악과 전공자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 사실 많은 이들이 그에 걸맞은 태도와 실력 등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것은 한국사회의 여러 불균형 중 또 하나의 사례라 볼 수 있다. ,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협소한데 예술 전공자군의 공급만 대책 없이 증가하는 실질적 예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한국 인디음악의 음악 역량적 수준은 높아질 수 있지만, 인디음악 주체들의 평균적인 삶의 질과 행복도는 높아질 수가 없다. 결국 인디음악이 생활음악으로 자리잡는다는 것은 음악적 수준 저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보편적으로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저변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건 로컬 씬이다. 단지, 서울, 홍대가 아닌 전국의 지역에 그 지역만의 음악씬이 형성된다면 더욱 풍성한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장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로컬 씬의 활성화는 문화의 수도권 중심성과 그로 인한 지역의 소외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필수 요소라 할 수 있으며, 보다 더 적극적인 의미의 대안_Alternative'의 성격을 지닌 시장이 형성되고 전체 음악시장이 확장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6. 나가며

이 글에서 우리는 인디문화와 연결되는 세 가지 개념에 대한 인용을 시작으로 21세기 한국 인디음악의 변화 양상과 그에 따른 전망까지를 논해 보았다. 인디문화와 연결되는 언더그라운드, 얼터너티브, 반문화라는 개념들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인디음악은 이렇게 일반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인디문화의 특성의 범위안에서도 약간은 모호한 정체성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메인스트림에 대한 대립항으로서의 정체성이라고 하는 산업적, 예술적 개념을 명확히 하며 형성되었다기 보다 시공간적 상황의 우연성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써 인디음악이 탄생하게 된 역사와도 맞닿아 있으며, 인디가 경계로서 자리잡기 보다는 점점 배제와 소외의 대상화가 진행되어온 한국 음악산업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현실적 맹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디음악의 대안적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건 여전히 유의미한 음악적 결과물들이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고, 매출 기준의 비중이 아닌 유의미한 생산물의 비중으로 보았을 때 한국의 인디음악씬은 분명한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이러한 인디음악들은 문화 다양성이라는 기본 중에 기본 조건을 채워줄 수 있는 필수적 존재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디음악을 얘기할 때 한 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메인스트림과의 관계성이다. ‘메인스트림과의 권력관계 속 언더그라운드이건, ‘메인스트림의 대안이건, ‘메인스트림에 대한 반문화이건 인디는 메인스트림과의 관계성 속에서 존재를 증명한다. 따라서, 인디음악의 건강한 발전이 가능하려면 전체 음악시장의 건강성이 필수적인 조건이며, 메인스트림의 건강성이 주변부의 건강성을 담보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만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음악산업 주체들간에 한국음악산업 구조에 대한 전체적 고찰과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며, 전체 음악계 모두가 아닌 소위 비주류 영역의 관계자들만이라도 산업 영역 내부의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결국 자신의 활동영역이 어딘지와 상관없이 전체 음악시장의 건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은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음악 시장의 미래를 제시하며 그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으로 글을 끝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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